https://www.ksakosmos.com/post/와이파이로-스마트폰-충전이-가능하다고-2

고된 하루를 마치고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돌아온 당신은 힘이 빠져 바로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그리고 머리맡 아무 데나 스마트폰을 집어 던져두고 금세 잠듭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깜빡하고 스마트폰 충전을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제 워낙 폰을 많이 써서 10%도 안 남았을텐데...’ 아침 일찍 외출해야 하는 당신은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당신의 스마트폰은 100%로 가득 충전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러한 일은 거짓말 같지만, 몇 년 안이면 일상이 될 일입니다. 바로 ‘와이파이 충전 기술’인데요, 들어보신 분도 분명 있겠지만 말 그대로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와이파이와 같은 전자파의에너지를 이용해 전자 기기를 충전하는 기술입니다. 오늘날 무선 충전은 말은 무선 충전이라 하지만 사실 정해진 위치에 스마트폰을 두어야만 하기 때문에 완벽히 자유로운 충전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와이파이 충전은 어떨까요? 요즘에는 오히려 와이파이가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고, 이러한 와이파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까요?글을 읽는 것을 잠깐 멈추고 한 번 상상해 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꿈만 같은 이야기를 이뤄줄 열쇠가, 2019년 1월 MIT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와이파이

충전의

핵심

기술,

렉테나(Rectenna)

무선 충전은 대체로 전자기 유도를 이용해서 이루어집니다. 무선 충전기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각각에 내장된 코일 사이에 전자기 유도가 일어나면서 전류가 흐르는 식이죠. 하지만 와이파이 충전은 에너지의 근원이 공기 중을 떠돌아다니는 전자기파인 만큼 조금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것의 기본이 바로 렉테나(Rectenna)입니다.

렉테나(Rectenna)는 정류기(Rectifier)와 안테나(Antenna)의 합성어로, 옛날부터 시작해 오늘날에도 계속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신소재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안테나는 짐작하신 것처럼공기 중의 전파를 받아들여 포집하는 역할을 하고, 정류기는 전류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굳이 정류기가 필요한 이유는, 전자기파는 계속 진동하는 교류(AC) 신호이기때문에 안테나를 통해 받아들인 교류를 실제 전력으로 사용 가능한 직류(DC)로 전환하는 작업이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존에도 연구되고 있던 렉테나와 와이파이 충전 기술에 사용된 렉테나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는 정류기의 재료가 되는 반도체에 있습니다.

기존 렉테나의 정류기에는 대체로 실리콘이나 비소화 갈륨이 이용되었습니다. 사실 이 물질만으로도 통상적인 와이파이의 주파수(2.5~5GHz) 대역을 커버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실제 기술로 구현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단단한 금속 물질로 이루어진 탓에 유연하게 사용되기 어려웠고, 건물의 벽면 등 넓은 면적에 활용하려면 비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금 유연한 소재로 개발을 해 보니, 이번에는 낮은 주파수에서만 렉테나가 작동을 해서 와이파이의 주파수 대역을 커버할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MIT의 연구진이 떠올린 물질은 바로 이황화 몰리브덴(MoS2)입니다. 이황화 몰리브덴은 특정한 화학 물질에 노출되면 원자들이 스위치처럼 재배열되며 금속으로 변하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성질을 잘 활용하면 신호 변환 속도도 훨씬 빠르고 10GHz까지의 무선 신호를 포착하는 정류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의 두께가 원자 3개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이 아주 뛰어나, 모양에 제약이 없고 특히 제조원가가 싼 롤-투-롤(roll-to-roll) 방식으로 만들 수 있어서 정말 폭넓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MIT에 따르면 이렇게 개발된 렉테나의 효율은 대략 30~40%라고 합니다. 보통 와이파이 신호가 150마이크로와트인 것을 생각해 보면 약 40마이크로와트의 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간단한 모바일 디스플레이나 실리콘 칩, LED 전등 등을 가동하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기술이 더욱 발전된다면 이보다 더욱 높은 효율을 가지게 되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배터리를 누릴 수 있겠죠.

발전된

기술,

테라

헤르츠

정류기

최근 1년 사이에는 MIT에서 테라 헤르츠 정류기라 불리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전자파 충전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앞에서 다룬 이황화 몰리브덴 렉테나는 10GHz 정도까지의 주파수 대역은 직류 전력으로 변환을 할 수 있었지만, T-ray라고도 불리는 테라 헤르츠 대역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MIT의 연구진들은 다시 질화 붕소와 그래핀을 이용하여 테라헤르츠 전자파를 수용하는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전자기학적으로 정류기를 만들지 않고, 물질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합니다. 그래핀은 매우 깨끗하고 불순물이 없으며 규칙적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효과를 기대하기에 이상적인 물질로 꼽혔습니다. 그래핀의 전자가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려면 물질 고유의 대칭적 성질을 깨뜨려야만 하는데, 이는 흔히 인버젼(inversion)이라고 불립니다. 보통 전자는 대칭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그들 상에 동일한 힘을느끼지만, 인버젼을 일으키면 비대칭적인 전자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를 진행한 이소베 박사는 벌집 격자로 된 질산 붕소 층 위에 그래핀을 올려놓으면 전자 사이의 힘 균형이 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붕소에 가까운 전자는 일정한 힘을 느끼는 반면, 질소에 가까운 전자는 조금 다른 당김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자들의 움직임은 왜곡되면서 한 곳으로 모여 직류 전류를 생성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기가 헤르츠 대역의 전자파뿐만 아니라 테라 헤르츠 대역의 전자파도 정말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까지 포획하게 된다면 일명 ‘와이파이 충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