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바이엘(Bayer)이 몬산토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는 큰 뉴스였다. 거대한 종자 및 농업 케미컬 기업의 인수합병이 이루어지 던 때라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6년 3월에는 켐차이나가 430억 달러에 신젠타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그보다 앞선 2013년에는 중국 육가공업체인 솽후이(雙匯)가 미국 최대 축산 패커인스미스필드(Smithfield) 사를 71억 달러에 인수했다.
각 기관에서는 세계 종자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바빴다. 그런데 한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엘 CEO 베르너 바우만은 “몬산토는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것이었다(1).
옥수수의 생산량 예측지도(SpecTerra map), 높은 생산성(청색)과 낮은 생산성(적색)을 예측. 출처: 참고문헌(1)

농업과학 분야에서 밥을 먹고살았지만, 이 용어는 생소하게 느껴졌다. 스마트 농업, 내가 이해하고 있는 농업은 이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우리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수많은 농업 기술은 모두 스마트 농업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디지털 파밍이라….
1997년 5월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을 때만 해도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아마추어도 꺾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20년 후 인공지능으로 무장하고 등장한 알파고는 달랐다. 인간이면 두기를 주저할 만한 과감한 수를 두었다. 알파고가 한수 한수 둘 때마다 이세돌 9단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이세돌의 장고는 전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결국 이세돌은 알파고에 4대 1로 패했다.
이세돌 vs. 알파고의 3국 ⓒgogameguru

이세돌의 완패는 한판의 바둑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겁고 암울한 전망이 뒤따랐다. 이세돌이 1승을 거둔 2016년 3월 13일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위대한 패배라 불릴만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왔는지 비로소 눈을 떴다.
알파고의 충격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몬산토는 여전히 GMO종자와 라운드업 레디 제초제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해했다. 이미 강력한 케미컬 라인을 가진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한다는 게 무슨 시너지가 있을지 분석하기 바빴다. 바이엘은 GMO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던 것을까? 유기농업 애호가들은 아스피린을 먹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그런데 데이터 파밍이라… 복잡하게 꼬여있던 코드들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해되지 않았던 구글, 존디어, 바이엘 등 거대 기업들의 거침없는 농업 ICT 투자가 왜 그랬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정밀농업 플랫폼, 농장관리 및 농기계운용에서 회계서비스까지 제공한다. ⓒAgDNA

몬산토가 투자한 기업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보인다. 농업용 로봇의 선두 기업인 블루리버테크놀로지(BlueRiver Technology), 정밀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에그솔버(AgSolver), 에스토니아에서 농장 경영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바이탈 필드(VitalFields), 농장의 물관리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는 하이드로바이오(HydroBio) 등이 있다. 농업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밀농업, 농장 경영 네트워크 등 몬산토는 종자뿐만 아니라 디지털 농업에서 더 큰 미래를 보았다.
바이엘과 몬산토는 이미 종자부터 작물보호제까지 농업 가치사슬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가 더해지면 어떤일들이 일어날까? 바이엘은 인공위성, 농장에 설치된 각 종 센서,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 농장 경영 소프트웨어에서 얻어지는 정보, 고정익 드론에서 얻어지는 정보로부터 그 농장의 생산량, 병해충 발생 가능성, 관개(irrigation) 필요성, 소비자 단에서 얻어지는 시장정보를 분석할 것이다.
바이엘 CEO는 말한다.
우리는 그 농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럼 농민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겠죠. 농가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