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식품 스피루리나로 영양실조 해결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수 세기 동안 식량으로 수확해온 스피루리나(Spirulina)는 식물, 동물, 해조류, 박테리아 등이 가지는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미래 식량 및 우주 식품으로 여겨진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은 그들 스스로 길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유럽 우주국(ESA)의 멜리사(MELiSSA, Micro-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 Alternative) 연구팀은 쓰레기를 음식과 산소, 물로 지속적으로 재활용하는 폐쇄형 생태계(closed ecosystem)를 개발 중이다.스피루리나로 잘 알려진 아트로스피라 박테리아(Arthrospira bacteria)는 수년간 멜리사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박테리아는 왕성한 광합성 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고 빠르게 자라는 특성이 있으며, 우주에서 발견된 방사능에 높은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멜리사 프로젝트의 벨기에 파트너, SCK-CEN 연구센터는 초기부터 이 연구에 참여해왔으며, 그들은 스피루리나의 유전자 발현, 효소 활성, 빛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성장하는 동안 어떻게 움직이며 영양분을 어떻게 섭취 하는지 등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 지식은 현재 콩고의 Bikoro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지역의 주식은 단백질이 거의 없는 카사바(cassava)인데, 비타민 A와 철분, 단백질을 충분히 함유한 스피루리나가 좋은 식품 보조제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스피루리나가 물과 중탄산 칼륨(potassium bicarbonate)이 담긴 통에서 잘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단계다. 스피루리나는 햇빛 아래서 규칙적으로 저어주기만 하면 쉽게 키울 수 있다. 다 키워진 스피루리나는 말리거나 가루로 만들 수 있으며 매일 10g씩 음식 위에 뿌려주기만 해도 한 가족의 충분한 영양소가 된다. 스피루리나를 생산하는 실험은 우주정거장에서도 계획 중이며, 연구팀은 순환 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미래 우주 비행사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금호수 속 스피루리나가 지구 살린다?<KISTI의 과학향기> 제694호 2007년 12월 17일
2007년 과학기술계 최대 이슈는 ‘지구온난화’였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 한국과학언론인회·한국과학기자협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올해 최대 과학이슈로 꼽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은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스피루리나(spirulina)를 이용하는 방법이다.스피루리나란 이름은 ‘나선형처럼 꼬인 생물’이란 뜻이다. 실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스피루리나는 지름 8μm(마이크로미터, 1μm=백만분의 일m), 길이 300~500μm의 용수철 모양이다. 분류학상으로 스피루리나는 남조류에 속하는데, 물속에 떠다니는 미세조류의 일종이다. 겉모습은 세균과 비슷하지만 엽록소a를 갖고 있어 고등식물의 성질을 갖고 있다.처음에 스피루리나는 영양분이 많아 주목받았다. 스피루리나의 구성성분 중 무려 60~70%가 단백질이다. 흔히 단백질이 많다고 여기는 쇠고기가 19%, 콩이 40% 정도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수치다. 이처럼 단백질이 함량이 높은 이유는 스피루리나에게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을 만들려면 질소가 필수다.고등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는 능력이 없다. 작물을 키울 때 질소 비료를 따로 넣어줘야 하는 이유다. 특이하게도 콩은 고등식물이지만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을 수 있다. 스피루리나에는 뿌리혹박테리아처럼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는 효소가 있다.스피루리나에는 단백질 외에도 식물성 지방산, 비타민을 비롯해 많은 항산화물질이 있다. 항산화물질을 섭취하면 활성산소의 독성을 줄일 수 있다. UN식량농업기구는 스피루리나의 높은 영양에 주목해 ‘미래 식품’으로 지정했으며 클로렐라에 이어 우주 식량으로 개발 중이다.최근 스피루리나는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로도 주목받고 있다. 흔히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하면 울창한 숲을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미세조류다. 예를 들어 열대우림 1m2는 연간 15~2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같은 면적의 미세조류는 30~40t을 흡수한다. 스피루리나 같은 미세조류가 온난화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과학자들은 스피루리나 같은 남조류가 35억년 전 지구가 이산화탄소로 덮여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할 때부터 있었다고 추정한다. 스피루리나는 대기 중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뿜어냈다. 스피루리나의 활약 덕분에 지구가 지금과 같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실제로 스피루리나는 매우 혹독한 환경에서 자란다. 스피루리나는 40℃의 고온, 바닷물보다 6~7배나 더 짠 염분이 높은 호수, pH9~11의 강알칼리성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희목 박사팀은 (주)푸로바이오닉과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13% 향상된 스피루리나를 개발했다. 오 박사팀은 자연 상태의 스피루리나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이산화탄소를 많이 소비하는 스피루리나를 골라냈다. 또 이 개량된 스피루리나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현재 가능한 규모는 7톤 정도. 배양된 스피루리나는 채집해서 기능성 사료로 쓸 수 있다.아직 이 정도의 규모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나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률이 더 향상된 스피루리나를 개발할 예정이다. 개량된 스피루리나는 현재 국내특허에 등록했고 PCT 국제특허에 출원 중이다.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하지만 이미 대기 중에 흩어진 이산화탄소도 잡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피루리나와 같은 미세조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오래 전 지구에 생명체가 늘어나는데 ‘선발 투수’ 역할을 했던 스피루리나가 이제 온난화 문제에서 지구를 구할 ‘구원 투수’로 다시 등판하게 될 지도 모른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